지구의 마지막 날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바람은 여전히 부드럽게 불었고, 새들은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그 평화 속에는 깊은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인류는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123년,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대기 오염으로 인해 숨쉬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대규모 자연 재해와 전염병은 일상이 되었고, 생존을 위한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인류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우주로 눈을 돌렸다.
마지막 남은 도시, 노바 시티는 우주 이주 프로젝트의 중심지였다. 수십 년간의 연구와 개발 끝에, 인간은 드디어 새로운 행성, ‘에덴’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노바 시티의 모든 주민들은 떠날 준비를 마쳤고, 도시 곳곳에는 커다란 우주선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제 지구에 남은 시간은 단 며칠뿐이었다. 사라는 노바 시티의 마지막 생태학자였다. 그녀는 이주를 위해 서둘러 짐을 싸는 대신, 지구와의 마지막 순간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시를 벗어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낸 숲으로 향했다.
숲은 그녀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아버지와 함께 나무를 심고,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시간들. 그곳에서 사라는 모든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았다.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이곳을 떠난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라는 자신에게 물었다.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새로운 행성은 많은 것을 약속했지만, 지구가 주었던 감정과 추억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사라는 주머니에서 작은 캡슐을 꺼냈다. 그것은 지구의 흙, 나뭇잎, 그리고 작은 꽃씨를 담은 캡슐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에덴으로 가져가, 지구의 일부분을 새로운 터전에 심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땅을 파고, 캡슐을 조심스럽게 묻었다.
"안녕, 지구. 그리고 고마워," 사라는 조용히 속삭였다.
며칠 후, 우주선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사라는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우주선에 탑승하며 마지막으로 지구를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행성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우주선이 이륙하고, 사라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떠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지구에 대한 애틋함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했다. 에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도, 지구를 잊지 않고 그곳에서 배운 모든 것을 소중히 간직하리라.
우주선이 점점 멀어지며, 지구는 작은 점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사라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지구가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점이 점차 작아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